동네 리장도 권력인가.

제주도에 보금자리를 마련하기위해 처음 내려왔을 때다. 도로 위쪽에서 갑자기 물이 하늘로 올라가기에 무슨 일인가 싶어 천천히 걸어 올라갔다.  그곳도 타지에서 이사를 오려고 집터를 고르는 과정에서 포크레인 작업도중 농업용수를 터뜨린 모양이다.

75미리는 됨직한 큰 농업용수관에서는 물이 많이 흘렀고 금방 근처는 불바다가 되었다.

포크레인기사는 급하니까 물을 잠그러 갔는지 신고를 하러 갔는지 보이지 않았다. 건축주도 보이지 않았다. 돌아 내려 오려니까 누군가 왔다. 그는 나에게 이렇게 막말을 했다.

"야! 누가 허락도 없이 여기 공사를 하래? 누구 허락을 맡고 공사를 하는거야?"

난 어이가 없어서 "누구십니까?" 하고 물었더니 "나 이곳 이장인데. 누가 이곳에서 공사를 하래? 엉?"

기가막힐 노릇이다.

나와는 상관이 없는 일이지만 당연히 시청에서 건축허가를 받아 공사를 하는데 이장 허가도 받아야하나? 이장이 무슨 동네 왕이라도 되는줄 아나보다.

"난 지나가는 사람이요 저 아랫집에 사오."

난 그 말을 남기고 그 자리를 떠났다.

이유는 어차피 좀 있으면 나와는 상관 없는 일로 밝혀질 것이니 리장 자신의 실수를 알면 사과를 하러 오겠지. 난 그렇게 믿었다 괜히 싸우기 싫었으니까.

1년이지나고 2년이지나. 3년 4년이 지난 후 2011년 이장 선거가 있던 그해 이장이 날 처음 찾아왔다. 이곳에 내려와 살기 시작한 후 처음이다. 난 물론 이장과 첫 만남이 곱지 못해서 거부감 때문에 찾아가지 않았다.

황당하게도 이장이 날 찾아온 이유는 리장 선거가 있단다. 선거운동 하러 온 것이었다.

 

면세와 월급.부수입.동네에서 주는 급여 등을 합치면 아마도 150만원은 되는 고급 월급직이다. 그것이 이장이다. 이장이 식당을 운영하는 곳도 많다. 동네에서 크고작은 공사를 하면 당연히 이장집에서 맛이 없던 있던 먹어줘야 하는 이해관계가 얽켜있어서 그런 경우같으면 이장 수입은 상상을 초월한다.

꽤 괜찮은 직장이다. 또한 국민이 내는 세금으로 월급을 받는 공무원이기도 하다.

국민이 피땀흘려 세금을 내어 월급을 주는 이유는 자신을 과시하고 국민 위에 군림하라고 주는 것이 아니다.

그런 이장 선거가 다가오자 그렇게 무식한 태도를 보이던 이장이 상냥하게 미소까지 지으며 자신을 꼭 찍어 달라고 한다.

그러나 이장 선거가 끝나자 그는 그림자도 볼 수 없었다.

내가 집을 지으려고 땅을 구입하자 처음 찾아 온 사람은 무슨 농업용수 관리자라고 하는 주민이었다.

땅엔 농업용수가 있어야 농사도 짓고 또 집을 지으면 비싼 수돗물을 쓰지 말고 화장실이나 세탁은 농업용수를 쓰고 먹는 물만 수도를 쓰면 절약도 되고 하며 주절주절 했지만 난 농업용수가 필요 없다 하면서 거절했다.

뭔가 감투를 썼다고 으시대며 먹을 것 없나 기웃 거리는 자들이 제일 싫기 때문이다.

포크레인 기사 잘못으로 지나가던 국민이 봉변을 당해야 한다면 그 이장 자리는 그야말로 하늘아래 가장 높은 권력이 아닐까?

자신이 실수를 한 사실을 알고도 사과를 하지 않았다면 그 이장은 가장 무식한 사람이 아닐까?